CHAT GPT가 만들어줌 

 나는 30대 후반의 여성, 남자친구는 나보다 한 살 연하다. 우리는 대체로 꽤나 잘 맞는 커플이다. 식습관이나 돈 문제로 다투지도 않고, 둘 다 친구가 많진 않으니 남사친, 여사친 이슈로 싸울 일도 없다. 연락도 잘 되고, 일주일에 1.5일 정도는 늘 같이 지내고 있으며 매일 통화한다. 평소에는 사랑해를 남발하며 참 잘 지내는 커플이지만, 대략 9개월 정도 연인으로 지내다보니 우리 사이의 말다툼 패턴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렇게 잘 맞는 커플, 문제는 무엇일까?


 사건의 발단은 수건 개는 방법 차이로 시작됐다... 



남자친구가 젖은 빨래를 널기 위해 건조대에 널려 있던 마른 옷들을 수거해 바닥에 내려놓았다. 나는 남자친구를 돕겠다고 옆에 앉아서 마른 빨래들을 차곡차곡 접어 놓았는데, 남자친구가 내가 갠 빨래들을 보더니 처음엔 웃으면서 (늘 핀잔을 줄 때 웃으면서 시작한다. 본인은 최대한 좋게 이야기하고 있다는 듯이...) "갠 거 맞아?" 라며 말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내가 개어 놓은 빨래들을 다시 펴서 "쟈기 봐봐. 빨래는 이렇게 개는 거야." 라며 어떻게 개는 게 "옳은 방법인지 나에게 알려주기 시작했다."



 내가 뭐 엄청 특이하게 이상하게 갠 것도 아니고 그저 조금 삐져나왔을 뿐이었다. 다만 칼각은 아니었을 뿐. "그저 조금 다를 뿐인데 뭘 그렇게까지? 그리고 어차피 꺼내서 금방 쓸 텐데, 그렇게까지 칼각이 중요한가?" 나는 평생을 그 정도로 옷을 개며 살아왔고, 조금 삐져나온다 해서 뭐 큰일 나는 것도 아닌데, 심지어 남자친구 돕겠다고 나름 에너지 써서 옷을 개놨더니 자신의 방식이 옳으니 이런 방식으로 배워두면 좋겠다며 가르치려 드는 게 아닌가? 


물론 예민하게 굴 필요 없이, 그냥 알겠어 하고 넘어가면 될 일이다. 남자친구가 빨래 개는 방식이 더 깔끔해 보이는 것도 인정.  내가 만약 호텔에 취직해서 수건 개는 종업원이라면 그렇게 해야 하는 게 맞겠지.  근데 이건 그저 집에서 쓰는 수건 아닌가? 누군가는 칼각으로 접어서 쓰고, 누군가는 대략 접어 놓은 채로 쓸 수도 있는 거 아닌가. 남자친구가 그저 이 방식이 더 낫지 않아? 라고 제안했으면 내가 이렇게까지 반응하진 않았을 것이다. 늘 남자친구가 내 성질을 건드리는 트리거는 이 한 마디다. 


"내 생각에, 옳고 그름은 있다고 생각해. 그리고 내 방식이 더 옳아." 

"그리고 다른 많은 사람들한테 물어본다면 아마 내 방식이 더 옳다고 할 거야." 



이 순간, 내 마음 속에서는 화가 일어난다. 매일 법륜스님 유튜브를 보면서 감정에 사로잡히지 않겠다. 화가 일어나는구나... 화를 인식하며, 화를 내지 않도록 노력해봐야겠다...다짐하지만 저 한 마디에 나는 완전 말싸움 fighter로 변한다. 내 의견을 절대 굽히지 않은 채로 남자친구 의견에 하나하나 반박하기 시작한다. 꽤나 고집이 센 편인 나 못지 않게 내 남자친구도 자기 주장을 절대 굽히지 않는 사람이다. 


전에 홍대 심리카페 가서 커플 상담을 받아본 적 있는데, 우리 둘 다 남에게 조금은 비판적이고, 훈계를 잘 하는 스타일이며, 자기가 옳다 여기고, 자기 주장이 매우 강한 커플이라고 얘기 들은 적 있는데 정말 그렇다. 반박에 반박, 또 반박에 반박. 전에 페미니즘 이슈로 밤 12시부터 새벽 3시까지 끝장 토론을 벌인 적도 있다. 


나는 남자친구에게 따져 묻는다. 


"쟈기야 그건 옳은 게 아니라 그저 다를 뿐이야. 내가 뭐 얘기할 때 쟈기 이런 식으로 생각해볼 수 있지 않아? 라고 말하지, 내 생각이 옳고 쟈기 생각은 틀렸어 라고 말하진 않자나. 쟈기가 그저 a라는 방식도 있겠지만, b라는 방식도 있어라고 제안해주는 것 까지면 나도 okay야. 다만 a라는 방식이 틀렸으니 b라는 방식으로 무조건 배워라고 얘기하면 나는 내 생각을 존중 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아." 


게다가, "쟈기는 매번 다른 사람들한테 물어보면, 뭐 설문조사를 해보면, 쟈기 방식이 맞다고 할 거다라는데, 도대체 그런 가정은 해서 무슨 의미가 있으며, 그럼 대다수와 타인들이 생각하는 대로 나도 무조건 따라 살고 결정해야 한다는 거야? 나는 나만의 개성이 있고 스타일이 있어, 왜 매번 쟈기는 다른 사람들을 이 문제에 끌고 들어오는 거야? 이건 우리 사이의 갈등이고 우리끼리 타협하고 이해하면 되는 문제야." 


남자친구는 내가 갰던 것과 한참 다른 정말 요상하게 갠 빨래 접기를 만들어 보이며 (과장이 심해서 보는 내가 더 열 받는다.) "아니 누가 이렇게 갠 걸 보고서 잘 갰다고 할 수 있겠어. 쟈기 나는 내 평상시 삶의 태도도 계속 성장하고 발전하는 걸 좋아하는 스타일이야. 그래서 그저 나는 쟈기에게 이렇게 개는 게 좀 더 깔끔하고 보기 좋다고 알려주고 싶었던 거고. 쟈기는 내가 제안하면 매번 그저 다른 거야 라면서 틀린 것까지도 무조건 다르다고 우기더라. 이런 사소한 일 가지고 피곤한 말다툼으로 번지는 게 힘들어. "



결혼한 커플이 헤어질 때 성격 차이 이야기를 많이 하던데, 정말 커플 사이에 이런 이슈가 쌓이고 쌓이면 헤어질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어떤 소재로 싸웠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내 입장에서는 남자친구가 계속 옳고 그름을 따지며 내가 수고한 건 생각 안 하고, 내 의견을 무시한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대화하면 할 수록 열 받게 된다.



우리는 3-40분간의 말다툼을 한 후에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그리고 우리 둘 다 우리의 말싸움 패턴을 되돌아봤다. 


매번 시작은 남자친구다. 쟈기 이런 부분은 좀 잘못된 것 같아. 고치면 좋을 것 같아.


나는 다른 건데 옳고 틀림으로 얘기하는 남자친구의 말에 기분이 나쁘고 삔또가 상해서 반박과 

재반박을 시전한다. 


남자친구도 내 의견에 반박하고, 그렇게 서로 무한 반복으로 반박하다가 기분만 상한 채로 

대화가 끝난다. 


다만 그래도 우리 커플이 계속 이어지는 이유는 남자친구가 한 수 접어주며 미안하다 먼저 얘기하고 그 말에 나도 미안하다 대답하며 서로 화해하기 때문이다. (남자친구는 내가 먼저 미안하단 얘기를 절대 안 한다고 말한 적 있어서 이젠 나도 바뀌려 노력하고 있다.) (솔직히 나는 미안할 때만 미안하다고 말하는 스타일이라 의견 차이가 생긴 일에도 미안하다고 말해야 하는가? 남자친구에게 얘기한 적도 있다. 뭐 지금은 남자친구 의견을 수용하지만...) 


나는 남자친구에게 바란다. "쟈기 그저 a방식도 있지만, b라는 방식도 있으니 이것도 한 번 생각해봐줘. 쟈기가 b방식으로 해주면 나는 기쁠 것 같아." 라고 말해달라고. 딱 그정도까지만 말해달라고. 내가 알아서 잘 따를 거라고. 옳고 틀림을 가지고 이야기하면 내 안의 빌런을 건드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남자친구는 내게 말한다. "이젠 나도 쟈기가 어느 부분에서 서운해 하는지 아니까 말을 다른 방식으로 해보도록 노력할게." 다만 쟈기도 어느 정도 나의 말을 수용해줬으면 좋겠어. 무조건 다른 거라고 주장하지만 말고. 



네가 맞냐? 내가 맞냐? 


가지고 연인들은 참 많이 다툰다. 오랜 시간 다르게 살아왔으니 자연발생적일 수 밖에. 어쩔 수 없이 일어나는 일이라면 결국 중요한 건 그 다음 step인 것 같다. 우리 커플의 장점은 매번 다투고 나면 해결책을 생각해보고, 서로 사랑하는 마음을 내어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려 한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이제까지 절대 같은 일로 두 번 싸워본 적은 없다. 


다음에 나는 남자친구에게 쟈기가 빨래 개는 방법 알려줘. 내가 한 번 배워볼게. 쟈기가 개는 방식이 더 보기 좋고 깔끔하니 쟈기 방식대로 해보겠어. 말하면 남자친구는 


쟈기 조금 삐뚤어져도 괜찮아. 뭐 어차피 바로 꺼내 쓸 건데 뭐. 내가 하는 방식을 배우려고 해줘서 고마워. 이젠 조금 삐뚤어지고 말고는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 


서로 이렇게 얘기하면 다음 번에는 같은 이슈로 절대 싸우지 않고 스무스하게 넘어간다. 물론 갈등이 터지는 순간에는 감정에 휩싸여 이런 마음이 전혀 일어나지 않는다. 반박과 재반박을 지나, 온갖 불쾌한 감정을 지나 이성을 되찾으면, 사랑하는 마음을 떠올리며 상대방이 원하는 대로 바꿔보려고 노력하게 되는 것이다. 이 과정이 없었다면 우리는 진즉 헤어졌겠지...




아직도 서로 모르는 게 그득그득한 연인 사이다. 

상대방의 신기한 면모, 틀렸다고 생각되는 면모, 좀 바꿨으면 하는 면모를 끊임없이 마주하겠지. 


빈정 상하고 기분이 안 좋더라도 계속 마음 속에 되새기려고 노력할 거다. 그 모든 것을 떠나 어쨌든, 난 지금 이 사람을 사랑하고 있다고. 없거나 사라지면 울고불고 난리칠 정도로 사랑하는 사람. 내 의견 한 수 접고 가는 거, 그저 남자친구의 방식을 군말 없이 수용해주는 거. 서로 어느 정도 까지는 그게 뭐 대수인가? 라고 생각하며 넘어가는 관용과 사랑의 마음을 일으킬 수 있도록 끊임없이 마음 훈련을 해야겠다. 연습하다 보면 이건 아니다 싶을 때 Stop할 수 있는 날이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