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영어 강사로 근무하던 나는 학원을 퇴사한 후 엄마와 4개국 (영국,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 11일 참좋은여행 패키지투어를 다녀왔다. 늘 자유여행만 했어서 패키지투어를 처음 해봤는데, 느낀점이 참 많았다. 장단점을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달까? 어머니와 함께 간다는 면에서는 확실히 패키지투어가 편한 것 같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 찾아보는 고생고생을 자식이 짊어질 의사가 있다면 자유여행이 나을지도 모르겠지만...)
비행기 떠나기 거의 4-5시간 전까지 공항으로 오래서 저녁 7시쯤 참좋은여행사 가이드분을 만났다. 여행 일정과 주의사항이 담긴 파우치 하나와 수신기를 나눠주셨다. 와서 보니 같이 가는 사람들이 가이드 포함 총 35명이더라고! 이 35명이 한 팀으로 움직이는 게 패키지여행이었다. 누구 하나 뒤쳐지거나 빨리 가는 거 없이, 한 마음 한 뜻으로 돌아다녀야 한다. (나혼자 튀는 행동을 하면 바로 민폐가 된다.) 11일 여행 내내 이런저런 스몰 토크를 나누고, 식사도 같이 하고, 서로 산 기념품들 보여주며 칭찬을 나누는 사이가 된다.
남자 가이드분은 여행 업계에서 베테랑이셨는데 처음에는 인상이 밝진 않아서 터프하신 분인가? 생각했는데 점차 시간이 갈수록 웃긴 농담도 하시고, 재밌는 얘기들도 많이 해주셔서 점차 호감도가 올라갔다. 책임감도 좋으시고, 유머러스하시고, 세세한 것까지 잘 챙겨주시는 분이었다. 이 분 외에도 나라마다 가이드 분이 한 분씩 더 붙는데 영국 가이드 한 분, 이탈리아 가이드 두 분, 프랑스 가이드 한 분까지 다들 입담의 귀재들이고, 그 나라의 생활상, 역사, 문화, 시사 이슈와 훌륭한 언어 능력까지 갖추고 계셔서 이동하는 내내 각 나라의 재미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영국 가시는 분들! 체크인 할 때 꿀팁!
영국은 입국할 때 ETA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승인 받았던 이메일 내용을 프린트 출력해서 갖고 있던가, 아니면 승인 받은 이메일 내용을 캡쳐해서 사진으로 핸드폰에 보관해두면 좋습니다. 체크인 할 때 메일 보여달라는데 네이버 메일에서 검색이 잘 안 되서 순간 당황했다. 👽
아랍에미레이트 항공을 타고 두바이로 날라갔다. 밤 10시 50분쯤 비행기를 탔나? 그리고 10시간15분의 비행을 거쳐 두바이공항에 내렸다. 도착한 시간 새벽 3시 15분이었다.
아랍에미레이트 항공 + 기내식
에미레이트항공을 타면 허리나 머리에 대기 좋은 쿠션 하나와 담요가 준비되어 있다.
파우치도 하나 주는데 열어보니 치약, 칫솔, 이어플러그, 수면안대까지 준다! 딱! 기내에서 필요한 것들만 줘서 꽤나 쏠쏠하더라고! 센스 있음!
저녁 식사 아침 식사 메뉴를 나눠준다! 메인 메뉴는 2개 중에 하나를 골라야 한다. 한국에서 두바이로 갈 때만 한글 메뉴가 있었던 듯, 두바이에서 영국 갈 때, 이탈리아에서 한국 돌아올 때는 다 영어로 쓰여있다.
충전기가 있어서 220V 꽂아서 바로 핸드폰 충전 가능하다!
비행기 출발하고 1시간 정도 후부터 바로 기내식이 나오기 시작했다! 갈 때 올 때 다 아랍에미레이트항공을 이용했는데...윽..음식들이 다 짜거나 너무 달아서.. 내 입맞에 맞는 건 거의 없었다 ㅠㅠ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가 그리웠음 ㅠㅠ 짜고 달고의 party... 그래도 갈 때는 좀 먹었던 것 같은데 올 때는 이미 유럽 음식 느끼하고 짠 거에 혀가 절여져 있어서 그런지 도저히 못 먹겠더라고. 한국 돌아올 때 기내식은 거의 안 먹었다.
버터, 과자, 치즈, 초콜릿, 빵, 김치도 나오고, 물, 무슨 덮밥 같은 게 나오고, 샐러드, 달달한 케이크 같은 거 나왔는데 다 그냥 저냥했음 ㅋㅋ
일만 하며 살다가 갑자기 올스탑된 느낌이 좀 어색하더라고. 비행기는 잘 떴고, 앞으로 10시간 동안 보고 싶은 거 보면서, 주는 거 먹으면서 가만히 앉아만 있으면 된다 하니... 마음은 우선 편해서 좋았다. 나라는 사람의 템포가 천천히 느려지는 느낌이랄까? 오랜만에 프렌즈도 다시 보고, 영화 본 시리즈도 보고 ㅎㅎ 현재만 바쁘게 살면 현재+ 미래만 생각하게 되는데 여행을 떠나게 되면 마음의 여유가 생겨서 그런지 과거를 떠올려 보게 된다. 유럽이라.. 나는 23살에 40일 정도 혼자 유럽 자유여행을 다녀온 적 있다. 그게 벌써 15년 전이라니... 15년이 지나서야 어머니와 함께 유럽에 패키지투어로 다시 가는구나.. 새삼 시간의 흐름이 놀랍도록 빠르게 느껴졌다.
음료는 처음에 차가운 음료를 식사와 함께 고를 수 있고, 그 다음에 따뜻한 음료 또한 고를 수 있다. 나는 처음엔 식사+ 화이트와인 한 잔을 마셨고 그 다음에는 따뜻한 홍차를 마셨다.
과한 달달함, 짜디 짠... 엄마는 계속 두바이 사람들은 이렇게 짜고 단 음식을 주식으로 먹는다는 거지? 물어보셨다. 잘은 모르겠지만..아마 그러려나?
빈과 에그 스크램블, 소세지가 나왔다... 역시나 엄청 짜다 ㅎㅎ계란 조금이랑 콩 좀 먹다가 말았다.
과자도 주고, 버터, 딸기쨈, 모닝빵도 주고~김치와 과일도 준다. 근데 김치는 무엇과 먹어야 하리? 패키지투어 여행에서 음식은 기대하지 마시길..(원하는 레스토랑에서 먹고 싶은 걸 먹을 수 없다는 게 패키지투어의 큰 단점인 것 같다. 물론 식당이 다 예약돼있어서 효율적으로 이동하면서 바로바로 식사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긴 하지만...) 여행하는 내내 뭐 적당한.. 나쁘지 않은 수준의 음식을 먹게 된다. 패키지 동안 먹었던 한식이 가장 만족스러웠던... 3일 연속으로 스파게티를 먹기도 하고... 남자친구가 여행 중에 가장 맛있었던 게 뭐야 물어봤는데 과일이라고 답했다. 특히 사과! 오렌지! 과일이 햇빛을 잘 받고 커서 그런가 딴딴하면서도 과즙이 풍부해서 정말 맛있었다!
기내식 중 가장 맛있었던 과일! 본시리즈 2편을 다 봤다 ㅎㅎ 오랜만에 또 봐도 재밌어!
곧 70세가 되시는 어머니는 장시간의 비행을 힘들어하셨다. 폐렴 증상이 나은지 얼마 안되서 마스크 낀 채로 몇 번 기침을 하셨다. 출발할 때만 해도 기침을 전혀 하지 않으셨는데 몸이 피로해지니 면역력이 조금씩 떨어지는 듯했다. 유럽은 어머니가 언제나 꼭 가보고 싶어하셨던 곳이다. 하지만 자식들이 다 일하고 있으니 어머니가 돈과 여유 시간이 있다고 한들 같이 갈 사람이 없었다. 인터넷 유심 바꿔 끼는 법도 모르고, 유럽 어댑터 쓰는 방법도 모르기에... 글자 보는 일 또한 점점 힘들어지고 계셔서 아무리 패키지라 하더라도 어머니만 보낼 순 없었다. 어쩌다 타이밍이 맞아 떨어져 나도 일을 그만두게 되어 이참에 어머니와 여행을 다녀와야겠다 생각해서 오긴 왔는데...
어머니와 함께 여행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지지고 볶는 여행 프로그램에 딱 어울리는 여행이었다. 여행 하루 남겨둔 전날 밤 숙소에 돌아와 우리는 대판 싸웠다. 할 말 못 할 말 모든 말을 주고 받으며 끊임없이 상처를 주며 단 한 마디도 서로에게 지지 않겠다는 듯이 피 튀기는 혈전을 벌였다. 다음 날 같이 걸어다니지도 않고, 사진 찍지도 않고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 같이 온 모녀라고는 결코 상상할 수 없었을 것이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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