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에 이어서.....


엄마는 아는 지인에게서 비행기 꿀팁을 들었다고 했다. 옆 자리에 사람이 비어 있으면 두 자리 혹은 세 자리를 차지하고 누워 있어도 승무원이 뭐라 하지 않더라는 얘기였다. 나는 비행기가 흔들리는 경우도 있고, 좌석 벨트도 매야 하니 되도록 그렇게 하지 않는 게 낫겠다고 말했다. 비행기 주변에 앉은 사람들도 불편함을 견디며 장시간의 비행을 하고 있는데 엄마가 대놓고 세 자리를 차지한 채 드러누워 있으면 딸'의 입장으로는 눈치가 보이고 불편할 것 같았다. 


 근데 어쩌다보니? 밤 시간대 두바이까지 가는 비행기는 생각보다 널널했다. 엄마 자리 바로 뒷 줄에 세 자리가 비어 있는 게 아닌가. 엄마는 슬슬 눈치를 보다가 1-2시간 지나고 나서는 뒷자리로 옮겨 다리를 뻗고 누웠다. "엄마 그냥 제자리에 앉아 가자" 몇 번 말했다. 엄마는 극구 누워가겠다고 우겼다. 이런 혜택을 누릴 수 있으면 누구보다 빠르게 자리를 차지해야 한다고도 했다. 엄마는 무조건 하고 싶은 대로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인 걸 잘 알고 있기에 나는 설득하는 일을 포기했다. 지나가는 승객들이 한 두 번씩 쳐다보기도 하고, 승무원이 지나갈 때마다 나도 슬슬 눈치를 보긴 했는데 딱히 뭐라고 제지하진 않더라고. 


비행기가 두바이 공항에 도착했다. 짐을 챙겨서 곧 내려야 하는데 갑자기 가만히 있던 엄마가 화장실을 가야겠다고 했다. 엄마는 화장실 갔다 오겠다며 급히 사람들을 헤집고서는 앞으로 나아갔고, 나는 엄마와 내 짐을 챙긴 채로 계속 좌석에서 기다렸다. 사람들이 거의 다 빠져나갔을 때까지도 엄마가 오지 않아 뭔가 이상하다 싶어 나는 화장실에 노크했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이 화장실, 저 화장실 문을 두드렸고, 지켜보던 승무원은 나머지 분들은 다 이미 내렸다고 알려줬다. 


짐을 들고 나와보니 엄마는 패키지 여행 사람들 34명과 함께 모여 있었고, 34명 모두가 일제히 나를 쳐다봤다. 내가 늦게 나와 모두가 기다리고 있던 것이다.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민폐 끼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민폐의 주인공이 돼버렸다. 그런 내게 엄마는 비난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왜 이제서야 나왔냐, 너 때문에 이 많은 사람들이 다 기다렸다. 뭐하고 꾸물대고 있었냐며 말하는데 순간 욱 하면서 화가 나더라구. 다시 오겠다고 엄마가 얘기를 했고, 그리고 가족이면 나갈 때 같이 나가야 하는 거 아닌가?, 아니면 최소한 먼저 나가겠다 화장실 나와서 얘기를 해주던가 (화장실 나와서 손이라도 흔들어 보이면 충분히 보일 만한 거리였다.) 좋게 얘기하면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 일인데, 엄마의 질책에 나도 짜증이 올라왔다. 


"엄마 이번 패키지 여행 다니면서는 엄마는 인터넷 쓸 수 있는 유심도 없으니까 연락되려면 무조건 나랑 같이 붙어다녀야 해. 엄마가 어딜 간다고 하면 나에게 미리 얘기 해줘야 하고, 엄마 마음대로 먼저 가버린 다음에 내가 알아서 오겠거니 하면 안된다구." 


나도 좀 더 좋게 말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매번 짜증 섞인 엄마의 말투에 나 또한 짜증이 튀어나와버린다. 엄마는 너는 그런 사소한 하나까지도 끝까지 물고 늘어져서는 따지고 든다고 비난했고, 나는 기분이 상해 "엄마나 제발 그러지 좀 마" 라고 응수했다. 


두바이 공항에서 3시간 정도 대기 시간이 있었다. 게이트 앞에서 엄마는 쉬고 계시고, 나는 두바이 공항을 둘러봤다. 












대체로 낙타와 관련된 초콜릿, 인형이 많았고, 부르즈 칼리파 관려된 기념품, 다양한 종류의 두바이 초콜릿도 팔고 있었다. 비누향이 참 좋고, 기념품으로도 많이 산다길래 살까말까 고민됐지만! 그냥 내려놓았다 ㅎㅎ 두바이도 다음에라도 꼭 한 번 여행해보고 싶은 나라다. 












공항을 둘러보니 거의 누울 정도로 기울어져 있는 의자들이 모여있는 곳도 있더라고. 노트북 할 수 있는 곳도 있고, 깔끔하니 괜찮은 공항이었다. 기념품 좀 구경하고 오니 바로 또 비행기 타고 떠나야 하는 시간이 됐더라고. 






휴, 10시간을 타고 두바이에 왔는데 또 8시간을 타고 런던으로 가야 한다니! 목 허리 다리 안 쑤시는 곳이 없더라고. 오랜만에 장시간 비행기를 타니... 유럽 또 오긴 힘들겠구나 싶었다. 더 나이 먹기 전에 한 번 더 유럽 온 게 잘한 일일 수도 있고....


엄마가 누누이 했던 말은 한 살이라도 더 어렸을 때 여행을 많이 갔어야 했는데...였다. 왜 그렇게 일만 하고 살았을까 후회가 된다고 하셨다. 그러게 말이다. 내가 5살인가 6살인가 기억도 거의 나지 않는 속초 여행을 제외하고 우리 가족은 지금까지 여행 다운 여행을 가본 적이 없다. 늘 우선순위가 일에, 돈에 밀렸다. 지독하게 돈을 아끼는 부모님에게 여행은 사치였다. "대신 열심히 일하면서 돈 벌었잖아. 그 덕에 지금 엄마가 여유 있는 노후를 보낼 수 있는 거고." 딸은 그저 무심히 대답할 뿐이다. 사실 어렸을 적, 가족 여행 추억이 있었으면 참 좋았을 텐데... 라고 수백 번 도 더 생각했다는 말은 차마 꺼내지 못했다.



아랍에미레이트 항공 + 기내식 아침


파인애플맛 잼이 들어간 빵 같은 게 나왔다. 요거트랑 과일 머핀 정도? 다 달달한 것들 뿐! ㅜㅜ

그나마 플레인 요거트와 과일이 먹기 좋았음! 







 아랍에미레이트 항공 + 기내식 점심 식사





역시 또, 짜고 달고의 향연 ㅠㅠ 몇 입 먹다가 만 듯! 벌써 한국 음식이 그리워요~ㅠㅠ






런던에서 내리면 바로 패키지투어 여행이 시작되는 일정이었다. 씻지도 못한 꼬질꼬질한 상태로 버킹엄 궁전과 템즈강, 타워브릿지, 웨스트민스터사원, 국회의사당, 빅벤을 둘러 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