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2일차....조식으로 start!
보통 아침 7시 정도부터 조식을 시작했다. 처음엔 뭣 모르고 느긋하게 나갔더니 가장 인기 메뉴 계란후라이를 못 먹을 뻔! 관광객 34명이 한 번에 모여서 식사를 시작하니 음식이 금방 없어졌다. 유럽 사람들이 한국 사람들처럼 미리 대비해서 준비를 빠릿빠릿하게 해놓지도 않았음...심지어 프랑스에서는 계속 준비중이라고 했지만 결국 삶은 달걀 못 먹음 ㅠㅠ 몇 일 지나자 사람들이 눈치 채기 시작했지. 늦게 오면 먹고 싶은 걸 못 먹을 수도 있겠구나! 그래서 점차 사람들의 조식 먹으러 나오는 시간이 빨라졌다...
대영박물관으로도 불린다 하는데 정확히는 영국 박물관이 맞다고 가이드분이 얘기해주셨다. 영국이 한창 잘 나갈 때 다른 나라에서 뺏어온 유물들로 가득 채워져 있는 박물관이라던데! 여기도..거의 스쳐 지나가는 수준.. 사람들이 얼마나 바글바글한지. 런던에 관광객이 정말 많았다. 물론 나중에 이탈리아 가보니 훨씬 많았어서 그에 비하면 런던은 양반이었다. 여성 가이드분이 키가 크지 않으신데 엄청 빠르게 걸어가셔서 가이드 설명 들으랴, 부랴부랴 쫓아가랴 정신이 없었다. 그 와중에 엄마는 자꾸 늦게 오고, 앞서 가고 오늘도 나의 잔소리는 계속됐다.
박물관에서는 특히나 사람들이 미어터져서 계속 사람들 따라가려면 집중 해야 하는데 엄마는 갑자기 카톡으로 아는 지인에게 메세지를 보내겠다는 둥, 들어보면 굳이 지금 하지 않아도 될 일인데 하겠다며 우겼다. 그렇게 몇 번 엄마를 놓친 나는 패키지 투어 같이 하는 분들에게 "어머니 좀 챙겨" 라는 소리를 3번이나 들었다... 그게 제 마음처럼 되는 게 아니라구요 ㅠㅠ 남들한테 민폐 끼치고 싶지 않은데 엄마가 자꾸 제멋대로 하는 행동에 나도 조금씩 짜증이 났다. 보다 못해 엄마 손을 잡고 걷기도 했다. "엄마 빨리 따라가야 해."
20대 때 자유여행 왔을 때는 천천히 둘러보고 오디오로 설명 들으면서 여유 있게 둘러봤었는데... 지금은 조각 하나 그림 하나 눈에 담기에도 바빴다. 그래도 자유여행 보다 좋은 점은 박물관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분에게 설명 들으며 볼 수 있어 흥미롭긴 하더라고.
엄마가 제일 관심 있어 한 건 미라였다. 미라는 한참을 들여다보시면서 흥미 있어 하셨다. 가이드분은 로제타스톤과 그것의 역사적 가치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셨는데 저 돌 하나로 인해서 언어학계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하니 새로운 지식을 듣게 되어 유익했다.
영국박물관을 말 '후딱' 둘러보고 나서는 프랑스로 가기 위해 유로스타를 타러 갔다. 런던이 벌써 끝이라니 ㅠㅠ 아쉬웠다. 뭐 후딱후딱 보고 지나가는 패키지여행이니 어쩔 수 없지만. 유로스타 타고 가는 중에 점심으로 가이드가 나눠준 도시락을 먹었다.
도시락을 먹고 나서 창문 밖을 바라보니 대평원 위로 햇살이 쏟아지고 있었다. 프랑스에는 농사 짓기 좋은 땅이 대부분이라고 들었던 것 같은데, 푸릇푸릇한 벌판이 끝없이 펼쳐졌다. 그런 풍경이 나한테는 지루했는데, 엄마는 신기할 정도로 목을 빳빳이 세우고는 한 장면이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계속해서 창밖을 바라봤다.
"내가 언제 또 이런 풍경을 보겠니. 이게 마지막이겠지..."
이제 체력이 달려서 여행 다니지도 못할 것 같다고. 마지막이다 생각하고 온 거라고 엄마는 여행 동안 여러 번 말했었다.
.
.
.
23살, 혼자 유럽 여행 왔을 때 나도 똑같은 풍경을 봤었지. 그때 나도 엄마처럼 목을 빼고서는 창밖을 하염없이 바라봤다. 유럽은 참 아름답고 평화로운 곳이구나 생각하면서. 영국 런던을 시작으로 유럽을 시계 방향으로 돌아 아일랜드 더블린까지. 호스텔 조식을 먹고, 샌드위치 하나 먹으며 하루 종일 걸었다. 미술관, 박물관을 천천히 거닐며 수 많은 예술품과 건축물을 감상했고, 경이로울 정도로 아름다워 수차례 놀라기 일쑤였다. 5월 햇살 좋은 날, 공원에 누워 휘파람을 불며 사람들을 구경하고, 버스킹 앞에 서서 음악을 들었다. 바티칸 박물관 시스티나 성당 벽화를 보고 도저히 믿을 수 없이 아름다워 작품을 보며 눈물 흘리기도 했었지. 유럽의 예술과 역사, 문화와 건축에 눈이 휘둥그레져서 돌아다니며 유럽의 봄을 만끽했다. 살아보니 그런 순간은 결코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특히 스물셋에 누린다는 건 더더욱 더.
그 풍경을 어머니는 이제 칠순이 다 되서야 처음 누리고 계셨다. 처음이자 마지막일지도 모르니까, 한 장면이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열심히.
나는 마음속으로 엄마에게 말을 건넨다. 그러게 말야, 좀 더 엄마가 젊었을 때 우리도 다른 집처럼 여행 많이 다녔으면 좋았을 텐데. 엄마가 좀 더 에너지 넘치고, 쌩쌩히 걸어다닐 수 있었을 때 이런 풍경들을 지겹게 봐뒀어야 했는데 말야... 왜 그러지 못 했을까...
엄마는 젊은 날에 누리지 못했지만, 부모님 덕분에 나는 스물셋에 행운을 누릴 수 있었다. 이번 여행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어머니의 말이 계속 귓가에 맴돌았다. 이 여행도, 이 풍경도, 함께 돌아다니는 이 순간마저도, 정말 다 마지막일 수 있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울컥 눈물이 차올랐다.
엄마가 유럽 가고 싶다고 할 때마다, "나는 일하고 있는데 어떻게 같이 가겠어", 라고 그저 무심히 말을 받아치고는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리곤 했다. 하지만 속으로는 엄마가 그렇게 말 할 때마다 사실 무서웠던 것 같다. 그때 같이 갔어야 했는데...그 작은 소원 하나 들어드리지 못했다고 후회하며 울고 있는 훗날의 내 모습이 그려졌기 때문이다.
.
.
.
엄마가 몸을 틀어 창밖을 보고 있는 동안 나는 조금씩 새어 나오는 눈물을 여러 번 급히 닦아냈다. 매번 오래 지키지 못했던 약속이지만... 엄마한테 잘 해드리자고 속으로 몇 번이고 되뇌었다.
파리에 도착해 저녁부터 먹었다. 여행 떠나고 처음 먹는 제대로 된 한식! 한식이 벌써부터 그리울 줄이야. 한 테이블에 4명이 앉아서 밥과 육개장은 따로, 반찬은 같이 쉐어해서 먹었다. 반찬은 리필해서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뭔가 밀키트 육개장 맛이었지만, 오랜만에 먹는 거라 맛있게 먹었다. 저녁 식사를 끝내고 에펠탑으로 향했다.
전에 혼자 여행했을 때는 에펠탑을 땅에서 올려다보기만 했었는데, 이번에 전망대에 올라서는 한 눈에 파리 야경을 담을 수 있어서 좋았다. 확실히 내가 자유여행 때 해보지 않았던 것을 했을 때 훨씬 새롭고 재밌다고 느꼈다. 에펠탑을 둘러보고 나서는 세느강 유람선을 타러 갔다.
파리의 밤은 정말 아름답더라고 ㅎㅎ 매 순간순간 사진 찍기에 바빴다. 확실히 이번 4개국 여행하면서 로마와 파리가 정말 로맨틱한 도시구나 다시 한 번 느꼈다. 남자친구와 다시 한 번 꼭 오고 싶은 여행지다.
쌀쌀한 날씨에 유람선 2층 밖에 앉아 있었더니 감기 걸릴 것 같더라고. 처음에는 낭만적인 유람선이었는데...나중에는 이거 언제 끝나나 싶었다. 한 시간 정도는 탔던 것 같은데... 그래도 전반적으로 꽤나 만족스러운 선택 관광이었다.
이렇게 패키지투어 여행 2일차가 끝났다. 3일차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투어가 예정되어 있었는데.... 두둥!
to be continued....
























































0 댓글